우리나라에 도시브랜드 개념이 등장한지 20여년이 되었다. 2002년 서울시의 ‘하이 서울’을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1차 광풍이 몰아쳤다. 지금은 2차 열풍이 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도시브랜드를 ‘짧은 문장과 디자인 개발’이 전부라는 생각에 머무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도시브랜드와 슬로건 개념을 혼동해 한 가지가 아닌 여러 가지의 슬로건으로 오히려 혼란만 가중 시키는 경우도 종종 있다.
대구광역시 수성구도 그 중 하나다. ‘위더스(With us) 수성’과, ‘품격 있는 사람, 배려하는 도시 행복 수성’의 두 가지 슬로건을 사용하고 있다.
도시브랜드를 도입하는 배경은 제 각각이다. 관광활성화부터 지방소멸을 극복하겠다는 거창한 이유까지 각양각색이다. 하지만 기존에 있던 도시 이름에 멋진 슬로건 하나 개발 했다고 없던 관광객이 갑자기 많아지지 않으며, 떠나갔던 젊은 사람들이 밀물처럼 몰려오지 않는다.
도시브랜드란 행정구역에 지나지 않는 명칭을 브랜드화 하는 것이다. 도시를 브랜드화 한다는 것은 도시만의 정체성(Identity)를 만들고, 내·외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사람들이 도시를 직·간접으로 접했을 때 특별한 연상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다.
슬로건은 도시에 특별한 연상이 떠오르게 하는 방법 중 하나다. 주로 짧은 문장 또는 한 단어로 이루어 진다. 역할은 도시를 명확하게 설명해주고, 정체성을 더 강화시키거나 구체화 시킨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 가지 슬로건 보다는 한 가지 슬로건을 지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떠올리게 강요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대구광역시 수성구는 두 가지 슬로건을 만들고 “위더스 수성’은 브랜드, ‘품격 있는 사람, 배려하는 도시 행복 수성’은 슬로건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브랜드와 슬로건이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구민, 시민, 국민, 외국인이 수성구를 보거나 들었을 때 어떤 연상을 하게 할 것인지 알 수 없다. 그리고 누리집(홈페이지)에는 브랜드와 슬로건이 어떻게 다르다는 것이지 설명도 없다. 그냥 똑 같은 설명의 BI(brand Identity) 디자인이라고 되어 있다.
디자인도 문제다, 슬로건이 ‘위더스(With us) 수성’인데 ‘위드(With) 수성’으로 읽게 만들었다. 슬로건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를 단절시키고, 왜곡시키고 있다. 디자인을 위한 디자인일 뿐이다.
도시를 브랜드화 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도시만의 차별화된 ‘콘텐츠(Contents)’가 핵심이다. 현재 특별한 콘텐츠가 없다면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해야 한다.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도시브랜드 슬로건이 도시브랜드의 전부는 아니다. 도시브랜드를 만드는 한 가지 방법일 뿐이다.
아무리 멋진 슬로건을 가졌다 하더라도 그 도시가 슬로건에 걸맞은 콘텐츠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슬로건은 하나의 구호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아무도 도시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도시브랜드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 지지 않는다. 성공적인 도시브랜드를 위해서는 도시브랜드에 대한 정확한 개념 이해로부터 출발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