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력(크리에이티비티)을 생명으로 하는 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는 일반인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엄청난 집중력이다. 하지만 이러한 집중력이 항상 좋은 결과물로만 이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나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이렇게 피나는 노력의 산물이 나쁜 결과물이 되지 않고 좋은 결과물이 되기 위해서는 객관적이며 소비자 입장에서 보고 판단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브랜드 디자인에서 마크는 3가지로 표현된다. 심볼마크, 콤비네이션마크, 워드마크다. 이 3가지 중에서 “보이지 않는 고릴라” 현상이 자주 발생하는 형태는 워드마크다.
워드마크는 심볼마크와 다르게 글자가 마크이며 곧 로고타입이다. 그렇기 때문에 심볼마크처럼 형태적인 역할과 심볼마크에 조합으로 붙어 다니는 로고타입 역할도 동시에 해야 한다. 즉, 형태적으로 차별화 되면서 어떤 브랜드 네임인지 읽을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만 디자인을 할 때 창의적 이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다 보면 워드마크가 자져야 하는 기본인 ‘가독성’을 고려하지 않고 형태적인 요소에 치우치게 되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어떤 브랜드 네임인지 읽을 수 없게 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그럼에도 디자이너가 이러한 현상을 알지 못하고 지나가는 경우가 있다. 이유는 디자이너는 디자인 하는 브랜드가 어떤 글자인지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고, 디자인 작업을 하면 할수록 인지의 강도는 점점 더 강해지기 때문이다.
위의 사진은 강원디자인진흥원 CI 디자인이다. 커뮤니케이션의 효율성을 높이고자 강원디자인진흥원의 영문 커뮤니케이션 브랜드 GIDP를 디자인 했다. 하지만 지나치게 외형적인 형태에 집착을 한 결과 영문 알파벳 GIDP를 정확하게 읽을 수 없게 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GIDP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는 디자이너나 의사결정권자가 아닌 브랜드를 처음 보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판단을 하고 결정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학교에서 디자인을 전공하고 있는 4학년 학생들에게 강원디자인진흥원 영문 커뮤니케이션 브랜드 GIDP 워드마크를 보여주고 읽을 수 있는 대로 적게 했다.
조사에는 총 49명이 참석해 47명이 답을 했고 2명은 답을 하지 않았다.
조사 결과는 47명이 보이는 대로 52개의 단어를 적었다. 그런데 96.2%에 해당하는 50개는 GIDP로 읽지 못했다. 단 2개 3.8%만 GIDP로 적었다.
브랜드 디자인에서 “보이지 않는 고릴라” 현상의 결과물은 3가지 측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첫 번째는 커뮤니케이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 브랜드를 제대로 읽지 못하면 인지도도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두 번째는 경제적 손실이다. 결정된 디자인은 여러 곳에 사용을 하고 있기 때문에 다시 교체를 하려면 추가로 비용이 소요된다. 세 번째는 사회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전문가에 대한 신뢰다. 이는 나뿐만 아니라 업계 전체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