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행동경제학 권위자 리처드 세일러 교수의 ‘넛지’ 이론에 등장한 남자 소변기에 파리가 있는 제품이 점점 많이 보이고 있다.
아마도 ‘넛지”에 등장한 소변기의 파리 사례가 널리 알져 지면서 변기 업체들이 너도나도 파리를 그려넣기 시작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효과가 없는 그냥 그림에 지나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다. 언론이나 책에서 보고 본질이 무엇인지 모르면서 그냥 파리만 그려 놓으면 다 해결될 줄 알고 따라한 것일 뿐이다. 한 마디로 가짜 ‘넛지’다.
아래의 사진은 소변기에서 1미터 정도 떨어져 찍은 사진이다. 파리가 아주 잘 보인다. 이번에는 꼭 파리를 맞추고 말거야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볼일을 보려고 소변기에 바짝 다가가면 파리가 보이질 않는다. 파리가 날아간 것도 아닌데 없어졌다. 그래서 파리를 도저히 맞출수 없다.
다음 사진은 소변을 보기 위해 소변기에 다가가야 하는 거리에서 찍은 사진이다. 배가 나오지도 않았고 사진을 찍기 위해 약간 뒤로 물러섰는데도 파리는 볼 수가 없다. 신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보이지 않는 파리를 맞출 수 있는지, 인간의 능력으로서는 도저히 불가능하다.
가짜 ‘넛지’다. ‘넛지’를 흉내 냈을 뿐이다. 진짜 ‘넛지’가 되기 위해서는 변기 디자인을 바꾸어야 한다. 소변을 보면서 파리가 보이게, 그래서 파리를 맞추려고 노력할 수 있게 디자인 해야 한다.
겉만 보지 말고 본질을 봐야 한다. 그리고 진짜로 소비자 행동을 이해해야 한다.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세일러 교수가 쓴 책 제목 넛지(nudge)는 '옆구리를 슬쩍 찌른다.'는 뜻이다. 누군가의 강요가 아닌 자연스러운 상황을 만들어 사람들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것이다.
남자 화장실 변기 주변에 소변이 튀는 것을 고민하던 암스테르담 공항 관리자는 소변기에 파리모양 스티커를 붙여 놓는 아이디어로 밖으로 튀는 소변량을 획기적으로 줄열다는 일화가 있다.
남자들이 볼일을 보면서 파리를 맞추려고 노력한 결과, 소변기 밖으로 튀는 소변의 양이 80%나 줄었다고 한다.
“화장실을 깨끗하게 사용하라는 경고의 말이나, 심지어 파리를 겨냥하라는 부탁조차 없는데” 좋은 결과를 얻어낸 것이다.